"호주는 국토가 넓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 초지가 조성되어 있다. 또한 깨끗한 비와 눈부신 햇살을 받고 자란 광활한 목초지에서 생산된 식육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비육우를 사육하고 있다. 호주나 미국 시장으로 내다파는 쇠고기는 풀만 뜯어먹고 자란
그래스페드(grassfed) 쇠고기다. 반면에 한국과 일본 등지로 수출하는 쇠고기는 일정 기간 곡물을 먹여서 키운
그레인페드(grainfed) 쇠고기다.
호주의 초지가 좋은데도 곡물을 먹이는 이유는 풀만 뜯어먹은 소의 고기는 육질이 질기고 고소한 맛이 없어 한국인의 입맛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곡물을 먹이는 게 아니다. 비육우는 보통 1년 정도 키워서 도축하는데, 도축하기 100~120일 전부터 곡물을
먹인다. 그러면 살코기에 마블이 생겨서 차돌박이용 쇠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건 순전히 한국과 일본 시장을 위한 사육
방식이다."
이렇듯 곡물 사료를 먹인 그레인페드는 맛이 좋긴 하지만 광우병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등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유가 곡물 사료에다 동물의 뼛가루를 혼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지의 풀이나 순수 곡물만 먹인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는 없다. 호주나 뉴질랜드 소에서 지금까지 광우병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안전성에 유독 신경 쓰는 호주 축산업
뿐만 아니라 축산농가로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본 결과 여러 가지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었다. 전국 곡물 비육장 인증 제도, 전국
가축 식별 제도, 꼬리/귀표 시스템, 전국 농장 식별 코드 등의 시스템이 그것이다. 그 상세한 내용을 호주축산공사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토대로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 전국 곡물 비육장 인증 제도(NFAS) : 수출용 곡물 비육의 위생 및 생산 관리 매뉴얼에 따라 사료와 용수의 안전성, 수의학적 치료, 살충제 검사 등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 전국 가축 식별 제도(NUS) : 라디오 주파수 기술을 이용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제도로 질병 통제와 원인 규명에 활용한다.
▲ 꼬리/귀표 시스템(Tail/Ear Tag System) : 소를 매매하거나 도축할 때는 꼬리/귀표가 부착되어 따라다니고, 소에 남아 있는 모든 잔류물 상태가 중앙데이터 베이스를 통해 철저하게 관리된다.
▲ 전국 농장 식별 코드(PIC) : 소의 이력을 추적하는 기본 시스템으로 호주의 모든 농장엔 주정부가 발행하는 8자리 숫자 식별 코드가 있다.
생이 다 읽히는 이력 추적 시스템... 미국은 제대로 가동 안 돼
호주축산공사의 피터 위크스 연구원은 '전국 농장 식별 코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호주에선 한 마리의 소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도축될 때까지 따라다니는 8자리 숫자로 된 식별 코드가 있다. 그 소의 성장 과정을
추적하는 시스템으로, 소가 태어나면 위 속에다 컴퓨터 칩을 집어넣고 필요할 때 스캐너로 읽으면 즉석에서 모든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호주의 한 축산 농부가 발명한 것이다.
호주는 1975년부터 이 추적 시스템을 운용하였고 1996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이를 의무화하여 현재 모든 소 개체의 생산, 가공,
유통 과정이 추적 가능하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비육우에 대한 추적 시스템을 완성한 국가는 호주가 유일하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의 이력 추적 시스템은 거의 가동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어느 목장에서 사육된 소에서 발병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제출한 비공개 의견서에서 "미국의 이력 추적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아 2005년과 2006년에 잇따라 광우병 소가 발생했지만 어느 농장에서 발생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고 우려했다.